[사설] 고향은 텅, 관광지는 꽉

김현태 논설위원 승인 2020.09.17 20:00 의견 0

전국 곳곳에 고향 방문 자제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부모님이 ‘야야 고향에 오지 말고 집에서 지내거라’ 전화해 주셔서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이 됩시다”라는 재난안전문자까지 온다. 명절 때마다 무료였던 고속도로 통행료도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는 받기로 결정 났다. 어떻게든 대규모 인구 이동을 줄여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실상 주변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마치 코로나 사태가 끝난 듯하다. 제주도, 강원도 등 펜션은 추석 기간 동안 예약이 꽉 찼다. 클럽발 코로나를 비난하고 광화문 집회발에 손가락질을 하던 사람들은 그 손으로 여행지와 숙박업소를 고르고 있다. 

물론 관련 업계들도 먹고 살아야겠지만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방역당국도 추석 대이동과 함께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 “고향만 안 내려가면 괜찮겠지”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참으로 안타까울 수가 없다. 

지난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카페와 빵집, 음식점 등 어느 하나 편히 가지 못했던 생활을 보냈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됐지만 지금도 QR코드를 찍고 출입 명부를 작성한다. 마스크를 쓴 채 커피를 마시고 음식물을 먹는 불편도 겪고 있다. 

만약 고향 대신 관광지로 발길이 돌려지는 상황이 잡히지 않는다면 방역당국의 긴급 대책이 과연 얼마나 먹힐지 의문이다. 거리두기 3단계까지 격상돼 또 다시 일상을 잃고 싶지 않다면 예약했던 숙소를 뒤로 하고 관광지로 향한 발길을 집 안으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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