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노동자 현장]①일감 없는 인력사무소, 일용직도 위기

이도관 기자 승인 2020.03.03 16:31 의견 0
서울시 영등포구 일용직 사무소 앞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모습. 사진=이도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취약 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루 만에 수입이 끊긴 임시 일용직 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은 생계 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쿡>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직면한 산업 현장을 하나씩 조명해본다. 편집자·

“코로나19 때문에 일용직 기술자들의 삶은 엉망진창이 됐어요. 참으로 씁쓸합니다. 일주일 만에 만져본 현찰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오늘 저녁엔 김밥을 만들어서 가족들 배를 배부르게 채워주고 싶어요.”

2일 오후 일용직 근로자 김모씨(53)는 간만에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다른 이들은 퇴근 준비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었지만 A씨는 이제 시작이라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그는 “초반엔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는데 요즘엔 진짜 일이 없다. 인력시장 앞에 일거리를 구하려는 근로자들이 줄을 서있지만 대부분 허탕을 치고 돌아간다”며 “평소 일당 10만원을 받는데 이달엔 평상시의 절반도 못 받았다. 그래도 오늘 돈을 벌고 갈 수 있어서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서울의 한 인력사무소에는 일감을 기다리는 노동자들로 가득 찼다. 코로나19가 무너뜨린 일상의 무게는 그들의 양 어깨에 얹어있었다. 곳곳에서는 깊은 한숨이 들렸고, 시계를 쳐다보는 눈빛엔 초조함이 담겨 있었다. 

일용직 근로자 최모씨(60)는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10일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건 알겠지만 지금은 내 생계가 더 심각하다”며 “인터넷 카페 등에 일자리를 구한다는 글도 올려놨다. 가까운 지역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달 넘도록 수입이 끊겼다는 일용직 근로자 정모씨(65) 역시 코로나 감염보다 생계 위협이 더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건축 공사가 지연되면서 일거리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있는 일자리마저 일당이 싼 중국인 근로자들 몫이다”며 “지난 2월 수입이 0원이다. 정부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3월 수입마저 0원이 될까봐 너무 무섭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사장에는 각종 장비와 건축 자재들이 방치돼 있었다. 포크레인과 굴착기는 멈춰서 있었고, 근로자들의 모습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에 있던 공사장 관계자는 “공사를 멈춘 지 일주일 정도 됐다. 코로나 집단 감염을 피하기 위해 내린 방침이다”며 “언제 공사가 다시 시작될 진 모르겠다. 현재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고용노동부는 관련 고용 대책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지역의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고용나전 대책을 지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해 추가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선정 절차를 진행해 적기에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대책이 실상 취약계층에겐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은 확대되는 반면 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것이다. 

일용직 근로자 이모씨는 “임대료를 깎아준다, 기업에서 몇 억을 기부했다 등 소식은 많이 들리지만 우리에게 오는 지원 혜택은 거의 없다”며 “예방도 좋지만 일자리 마련이 더 시급하다. 한시적 공공일자리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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