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어 코로나까지… 의료진 자녀 따돌림 ‘고통’

“아이 맡기지 말라” 어린이집서 일방적 통보 보내
학부모들도 따돌림 동참… “시국 이해하지만 불이익 억울”

박혜빈 기자 승인 2020.03.03 17:23 의견 0
오산시청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코로나 포비아’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에 대한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진의 자녀라는 이유로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선별진료병원으로 선정된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간호사 김씨는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일을 하고 있다”며 “메뉴얼을 지키며 조심은 하되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 어린이집으로부터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으니 아이를 맡기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엄마가 간호사라는 이유로 딸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 어린이집 엄마들은 공동육아에서 나를 빼겠다고 통보했다”며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이해는 한다. 하지만 큰 상처를 받아 딸을 위해서라도 다른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일부 간호 인력이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을 떠난 사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그들은 한 달 동안 집에 가지 못한 채 생리적 욕구를 박탈당하며 일을 했다. 직업윤리가 없다는 비난과 무책임하다며 면허를 박탈하라는 글들을 수없이 접했다”며 “얼마나 환경이 열악하고 힘들었으면 이러한 선택을 했을까 싶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수간호사가 사직서를 냈지만 동료들에게 붙잡혀 하루 16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병원을 떠난 간호사들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업에 대해 후회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괜찮지만 딸이 따돌림을 당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온갖 생각이 들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사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현재 열악한 환경에서 수많은 의료진이 코로나19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손가락질하는 몇몇 분들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비난보다는 격려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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