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쟤 코로나다!” 놀림 대명사 된 코로나

봉기자의 호시탐탐

조규봉 기자 승인 2020.03.17 18:15 의견 0

지하철 1호선 뮤지컬로 유명한 학전블루 김민기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성인들을 위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볼 수 있고, 올바른 역사관 등을 심어주기 위해 아동 뮤지컬과 연극 제작에 힘쓰고 있다. 그가 어른 대신 아이들을 택한 것은 이미 다 자라버린 어른들에겐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막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올바로 클 수 있는, 그런 역사관을 조금이라도 어릴 때 심어주기 위해 그는 어른 뮤지컬, 인기를 끌만한 소재의 연극을 버리고 과감히 어린이들에게 교육이 될 만한 교육뮤지컬과 연극을 선택했다. 작은 노력이 나중에는 중요한 결실을 맺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교육은 중요하다. 코로나19 역병이 돌고 나서 나는 가장 우려했던 것 중에 하나는 아이들이 코로나를 이용해서 친구들을 놀리고 마치 혐오의 대상으로 삼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었다. 

재택근무를 마치고 아이들과 놀이터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집 안이 답답한 몇몇 딸 아이 반 친구들도 눈에 띄었다. 방학 후 못 만났으니, 놀이터의 만남은 웬만한 이산가족 상봉보다 더 뜨겁고 눈물겹다. 서로 껴안고 안부를 묻고 그간 못했던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논다. 그 중에는 같은 남자친구들도 몇 명 있었는데,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딸아이를 보더니 장난으로 “코로나다!”라고 외치며 자기들끼리 왁자지껄 웃는 것이 아닌가. 순간 외마디 탄식이 나왔고, 미디어의 섬세하지 못한 코로나19 방송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우한폐렴, 그다음에 우한 코로나, 최종적으로 코로나19로 오기까지 국민들이 코로나19에 이미 공포와 혐오로 가득 찼다. 침을 잘못 삼켜 나온 기침에도 경멸이 담긴 시선이 따라온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에겐 묻지도 않고 우선적으로 욕설을 내뱉고 본다.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이유만으로 약사는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공개된 동선으로 사생활을 파헤치며 아웃팅을 일삼고 루머를 생산시켜 겨우 살아난 사람을 죽음의 공간으로 데려가 매장시켜 버린다. 정(情)에 죽고 사는 분위기는 매정함으로 바뀐 지 오래다. 

김민기 학전 대표가 아이들을 위한 연극을 하는 이유가 후세대에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세심하지 못한 역병 방송과 이를 경기 중계 하듯 매일 쏟아 내는 온라인은 후세대에 대한 배려라곤 전혀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각적인 거리가 아닌 심리적인 거리가 되고 있다. 초반 코로나 관련 정보를 알리며 안전을 외치던 공간은 코로나를 주제로 한 유머 아닌 유머글을 올리며 조회수에 혈안이 된 곳으로 변했다. 이제는 공포와 혐오를 제지하고 나선 사람이 오히려 부적응자로 몰린다. 오로지 현재의 관심만 받고 싶어 할 뿐 미래의 걱정은 개나 줘 버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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