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동선공개 갑론을박]③우리는 직접 적고 공개한다

박혜빈 기자 승인 2020.03.18 13:59 의견 0
박문현(가명)씨가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한 일지.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다른 공개 범위 기준을 세워 동선 발표를 하고 있다. 이는 건강권이 먼저인지, 개인 정보 보호가 우선인지를 따지는 논쟁의 장으로 변했다. <뉴스쿡>은 직접 현장으로 나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

“인천은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었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동선을 기록했습니다. 내가 감염됐을 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동선을 기록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박문현(53·가명)씨는 지난달 27일부터 휴대폰 메모장에 동선과 특정 장소 이름을 기록하고 있다. 도보로 이동한 경우 눈에 띄는 가게 상호명을 적었다.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날에는 차번호를 써놓았다. 택시를 탄 날에도 차량 번호와 시간 등을 기재했다. 

박씨는 “감염됐을 경우 그동안 다닌 곳을 기억하기 힘들고 부정확할거 같아서 기록하기 시작했다”며 “장소를 보면 누구랑 있었는지, 몇 시쯤 갔는지 대충 알 수 있다. 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의 업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만 있다면 귀찮더라도 동선을 계속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우린(가명)씨가 카카오톡 대화창에 남긴 일지.

대전에서 거주하고 있는 주부 민우린(46·가명)씨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동선을 기록했다. 평소 메모가 습관인지라 카카오톡 대화창을 켜놓고 모든 것을 기록했다는 민씨는 이번 기회로 좋은 표본이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B씨의 카카오톡 대화창에는 시간과 장소, 당시 있었던 손님 수 등이 세세하게 적혀 있다. 

민씨는 “확진자 동선에 맞춰볼 때나 내 동선을 알려줘야 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며 “까먹고 기록하지 못했을 때는 카드 내역 문자를 참고한다. 귀찮긴 하지만 다른 분들도 동선 적기 운동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원주에서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최지효(32·가명)씨는 지인의 권유로 동선을 적기 시작했다. 최씨는 “마트 외에는 거의 나가지 않지만 간단하게 메모를 하고 있다”며 “내가 확진자가 될 수 있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 수 있다.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도 중요하지만 머문 시간, 장소 등을 간단하게 메모한다면 개인위생을 확실하게 챙길 수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최씨를 따라 동선을 기록하는 아들 이민호(6·가명)군도 “친구들과 놀고 오면 일기장에 ‘오늘은 어디를 갔다, 몇 시에 놀았다’ 등을 적고 있다. 잘 적으면 엄마가 간식도 준다. 친구들과 많이 놀지 못해 심심하지만 잘 참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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