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도 공원 ‘북적북적’

조정미 기자 승인 2020.03.23 10:57 의견 0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모습. 조정미 기자

외출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라는 당국의 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주말을 맞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우습게도 정부는 이날 오전 국민들에게 내달 5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출퇴근 외 외출을 자제하라고 경고하는 휴대전화 문자를 여러 번 발송했다. 사람들은 재난 문자 알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2일 오후 1시쯤 찾은 서울 여의도 한강 공원 주차장에는 차량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헤매는 차량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자전거 대여소 앞에는 20여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들의 간격은 60cm도 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10여명뿐이었다. 

산책을 하는 시민들도 다를 바 없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를 하며 공원을 돌아다니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도 두지 않고 재채기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의 얼굴에도 마스크는 보이지 않았다. 한 아이는 잔디밭 위를 뛰어다니며 비눗방울을 연신 불어댔지만 이를 제지하는 시민은 아무도 없었다. 

23일 오후 마포대교에서 바라본 여의도 한강공원 모습. 조정미 기자

친구들과 함께 놀러 나왔다는 대학생 김수민(25)씨는 “집에서 온라인 강의만 듣기엔 답답해서 밖으로 나왔다. 집에만 있는 것보다 나오니까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행 이민영(25)씨도 “집 밖으로 나온 게 거의 2달 만이다. 마스크도 잘 쓰고 손소독제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와 함께 놀러 나왔다는 주부 김태경(53)씨는 “저번 주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날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북적거린다. 조금은 걱정되지만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기분은 좋다”고 답했다.

인천에서 올라와 한강공원을 찾았다는 직장인 김서영(31·가명)씨는 “인천보다는 서울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해 간만의 자유를 즐기고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모습. 조정미 기자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 윤중로에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벚꽃축제가 전면 취소 됐지만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 옆에서 사진을 찍는 일행들을 만날 수 있었다. 

주부 최숙영(64)씨는 “한강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아 이 곳으로 오게 됐다. 오랜 만에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며 쑥도 캤다. 오늘은 배달음식이 아닌 직접 요리를 해 상을 차릴까 생각 중이다”고 전했다.

대학생 정훈(23)씨는 “매년 봄마다 윤중로를 찾았다. 다음 주에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아서 미리 왔다. 다행히 곳곳에 꽃이 펴 인증샷을 남길 수 있었다. 올해 벚꽃 축제가 취소돼 아쉽긴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일상 생활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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