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스루’ 없었으면 어쩔 뻔?

박혜빈 기자 승인 2020.03.28 21:41 의견 0
28일 경주 보문단지 벚꽃길에 '드라이브스루'를 즐기고 있는 차량들의 모습.

“약속이라도 한 듯 속도를 늦춘 덕분에 벚꽃 구경을 할 수 있었어요. 제대로 꽃을 즐기진 못해 아쉽지만 색다른 경험을 해서 웃기기도 하고 재밌었어요.”

28일 경북 경주 보문단지 벚꽃길. 봄이 되면 하루 수천 명이 찾는 경주의 대표적인 벚꽃 장소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줄었다. 대신 경주시와 경주경찰서는 주요 벚꽃길에 경찰과 자율방범대를 투입, ‘무정차 벚꽃 구경’을 유도했다. 관광객들에겐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동시에 인파가 몰려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차단한 것이다.

28일 경주 보문단지 벚꽃길에 '드라이브스루'를 즐기고 있는 차량들의 모습. 박혜빈 기자

이날 거리에 나갈 수 없어 차에 탄 채 인터뷰를 요청하자 시민들은 경계하면서도 재밌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주를 방문한 대학생 김시현(24)씨는 “평소 차량이 밀리면 짜증이 났지만 오늘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차가 늦게 가길 바라며 벚꽃 구경을 즐겼다”며 “비록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안전하게 봄을 만끽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놀러왔다는 직장인 이운종(50)씨는 “보문단지 주변 둘레길을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직접 꽃을 보는 사람들이 부러웠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무정차 꽃놀이도 나쁘지 않았다”면서 “곳곳에서 벚꽃길을 폐쇄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발걸음까진 막지 못할 거 같다. 나들이를 나오더라도 마스크는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집에 있어서 답답했는데 밖에 나와서 기분이 좋아요. 차에서도 내리고 싶어요. 그런데 엄마가 위험하다고 못 내리게 해요”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28일 경주 보문단지 벚꽃길에 '드라이브스루'를 즐기고 있는 차량들의 모습. 박혜빈 기자

경광봉을 들고 시민들을 안내하던 한 공무원은 “나들이를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작년에 비해 차량은 줄었지만 오늘 내일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답답하더라도 되도록 집에 계셨으면 좋겠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인근에 위치한 음식점 주차장은 관광객들의 차량들로 가득 했다.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2월에 비해 손님이 많아져서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할까봐 걱정이 된다. 손소독제를 비치해 안전에 유의하고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을 지울 순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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