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들의 모임, N번방]③그것은 알고 싶지 않았다

강 훈 기자 승인 2020.03.31 15:30 의견 0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홈페이지

지난 29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송된 후 SNS와 게시판에는 수많은 비판 글이 올라왔다. 길게 늘어놓은 서사는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격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은밀한 초대 뒤에 숨은 괴물 – 텔레그램 박사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조주빈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작진의 안일함은 제목에서부터 드러났다. 가해자를 괴물로 비유하며 마치 정상인이 비정상적으로 변화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방송 내용은 더욱더 가관이었다. 조씨의 지인은 “어릴 때 찢어지게 가난했다고 얘기를 했다”,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아버지한테 맞으면서 자랐다고 들었다” 등 불필요한 TMI를 그대로 내보냈다. 

전문가는 조씨의 가정환경으로 인해 도덕적 개념이 약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실제 범죄심리학 강의 시간에 범죄자의 과거를 분석해 어떤 부분이 범행에 영향을 줬는지 분석하는 방법을 배운다. 국내외 연쇄살인마를 서로 비교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정리하기도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내보낸 전문가의 의견도 이에 따른 것이지, 불필요한 TMI는 아니다.

다만 가해자 서사를 만들어주고 범행을 합리화하려는 데에 시사 프로그램이 앞장선 행태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시청자들의 주요 의견이다.

한 시청자는 “SNS에 수천 건 공유된 내용을 영상으로 만들어 내보냈을 뿐, 도움이 되거나 새로운 내용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오히려 N번방 가해자에 제작진이 포함되지 않았을까하는 근거 없는 의심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공유된다. 정확하진 않으나 현재 알려진 26만명의 가해자들의 신원정보가 가능한지,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지가 궁금하다. 이런 부분은 다뤄지지 않았다. 낚시성 예고를 통해 시청자들 눈길만 끌었을 뿐 알맹이 없는 최악의 방송이었다”고 비판했다. 

범죄심리학 전공자의 눈으로는 ‘그것이 알고싶다’의 의도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는 전혀 다르다. 이들에겐 자극적인 내용만 가득한 뿐 초점 하나 잡지 못하고 유사 언론 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시정자 게시판에 올라온 비판 의견.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홈페이지

n번방과 박사방, 범죄에 일으킨 유사 대화방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식지 않고 있다. 이를 보도하고 다루는 프로그램에는 날카로운 시선과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여러 번 취재 과정에서 대중보다 못한 내용과 미흡함을 보여줬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2차 피해를 안겨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은 그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들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 형량, 피해자에 대한 대책, 조치 등을 알고 싶어 한다. 누구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제는 대중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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