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른 배달의민족

강 훈 기자 승인 2020.04.06 16:23 의견 0
배달의민족 제공

몇 년 전만 해도 핸드폰에는 단골 음식점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음식점에 전화를 해 주소와 메뉴를 부르고 배달원을 맞이했다. 기다림의 미학 속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음식 주문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 귀 한 쪽을 차지했던 핸드폰은 이제 손바닥 위에 올려졌고, 입에서 나온 메뉴들은 터치 하나로 선택됐다. 메뉴와 돈을 주고받으며 간간히 전하던 안부는 어느새 사라졌다. ‘집 앞에 두고 가주세요’라는 말은 일상화가 됐다. 

처음에 ‘이건 실패할 것이다’라고 말한 음식점 업주들도 이제는 먼저 나서서 배달앱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매장으로 직접 걸려온 전화를 피하는 업주들도 있다.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일일이 적어야 하는 게 귀찮다는 이유에서였다. 베이커리, 치킨, 족발, 떡볶이 등 종류와 상관없이 음식점에는 ‘따르릉’ 대신 ‘배달 주문’이라는 목소리가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배달서비스 중심에는 ‘배달의민족’이 있다. 국내 배달앱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3개 업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난해 배달의민족 지분 87%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사실상 국내 배달앱은 ‘배달의민족’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시장 속 누구 한명이 나서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면 잡음이 일어난다. 지위를 이용해 사용자들은 휘두르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업주들은 별도의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불만을 제기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 다닌다.  

소비자들은 다르다. 한때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 쇠퇴했지만 이번엔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배달의 민족이 업계 독과점지위를 이용해 이른바 ‘갑질’을 일삼으려 하자 소비자들은 업주보다 더 불만을 토로하고 불매 운동 뜻까지 펼쳤다. 그릇된 갑질을 보이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올바른 갑질을 보이며 소비자의 권위와 업주들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결국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 정책 개편과 관련해 사과를 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6일 입장문을 통해 “우아한 형제들은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대해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비난을 수용하고 보완책을 찾아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귀찮더라도 매장에 직접 전화해 음식을 주문하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시대가 변하면서 직접 주문은 오히려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괜찮으니 어플을 이용해 주문을 해달라”고 권고하자 “아예 매장으로 가서 먹거나 직접 포장을 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독과점 횡포’를 부렸지만 ‘배달의민족’이 쉽게 무너지기는 어렵다. 여전히 많은 업주와 소비자들이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처럼 여러 번 논란이 된 
플랫폼을 계속 이용할 바보들은 없다. 부족하지만 체계적인 플랫폼이 나온다면 갈아타는 건 시간문제다. 그동안 배달 서비스를 구축해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큰 공을 선사한 배달의민족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역으로 이용해 벼룩의 간을 빼앗으려는 이들의 태도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이제는 업주를 떠나 소비자들의 눈초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사과문대로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 비용부담을 줄일 것인지, 보호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법을 찾을 것인지 실질적인 왕인 소비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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