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잡겠다던 ‘탑텐’, 뒤에서는 무더기 ‘당일 해고’

이도관 기자 승인 2020.04.08 09:53 의견 0
사진=탑텐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패션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휘몰아쳤다. 국내 SPA 의류 브랜드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이 도미노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유니클로 불매에 따른 반사효과로 사업 확대에 주력했던 게 사업악화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블라인드' 게시판 캡처

7일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구조조정 트라우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신성통상 직원이라고 소개한 A씨는 “10년을 넘게 일했는데 당일 해고 통보를 받고 짐을 쌌다. 공채라고 뽑아놓은 신입들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났다”며 “회사를 나가는 사람들보다 남은 사람들 표정이 더 어둡다. 동료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앞으로 계속 출근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더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구조조정 이야기는 2주 전부터 있었고, 주로 신입 위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정부 보조금으로 자금 문제 해결이 됐지만 신성통상 측은 이와 상관없이 구조조정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구조조정 대상에는 부장을 비롯해 차장, 과장이 포함돼 있었다. 이중 절반 이상은 근무기간이 1년이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다. 작년 하반기 공채 신입도 다수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사진='블라인드' 게시판 캡처

신성통상의 또 다른 직원 B씨는 “수출 본부의 직원 55명이 당일해고 통지를 받았다. 공지 하나 없이 인사팀장의 개인 전화로 내용을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B씨는 구조조정 명단이 공개되면 한꺼번에 해고한 것으로 노동청에 신고를 당할 수 있어 회사 측에서는 개별 연락을 취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연락이 온 직원들을 조용히 만나 사직서면동의를 받아낸다. 누구에게 전화가 올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 서로 안절부절만 하고 있다. ‘직원과 고객이 행복한 회사’라는 슬로건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고 푸념했다. 

8일 현재 해당 게시물은 모두 삭제된 상태지만, 직원들의 계속되는 회사 실체 폭로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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