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홍보담당자의 언론 비판, 맞아도 싸다

김현태 논설위원 승인 2019.11.15 14:47 의견 0
사진='블라인드' 게시판 캡처

이른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단어는 더 이상 생소한 말이 아니다. 언론을 향한 대중의 불실은 최고조에 달했고, ‘언론다움’을 잃었다는 일리 있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대중들은 수많은 언론사들로부터 쏟아지는 기사들 속에서 옥석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언론사에 고개를 숙이던 기업 홍보담당자들도 불만을 토해냈다. 일부이긴 하지만 악의성 기사를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광고비를 받아내고, 일부분만을 부각해 범죄 집단 이미지로 몰아가는 매체들을 공개하고 나섰다. 직장인 소셜미디어 ‘블라인드’에는 일부 매체를 거론하며 행태를 꼬집는 직원들도 있다. 

실제로 한 기업의 홍보담당 직원은 “출입처를 뚫는다는 핑계로 보도자료를 요구해놓고선 불미스러운 기사를 쓴다. 연락을 하고 만나면 일단 광고협찬 이야기부터 나온다. 만약 자료나 광고비가 제때 준비되지 않으면 홍보팀이 일처리를 못한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고 역정을 냈다. 

이어 “점심, 저녁은 당연히 비싼 곳만 원하고 평일, 주말 상관없이 전화를 해 홍보팀에게 갑질을 한다”면서 “나름 친하다고 생각한 기자들도 돌아서면 뒤통수를 친다. 사람에 대한 회의감까지 든다”며 “아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홍보팀들도 비슷한 일을 겪어봤을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사진='블라인드' 게시판 캡처

또 다른 기업의 홍보팀 직원은 “협의 없이 무작정 광고 협조 공문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금액까지 정확하게 적어서 보낸다.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며 “식사 대접 후 잘 부탁드린다고 전화를 하면 오히려 화를 내면서 ‘이런 전화 하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이런 일을 겪어 직종을 바꾼 직원들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서 부당한 협박을 하는 기업들에 대해 반박하는 경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부 매체사들의 악의성, 음해성 기사를 통한 광고 및 협찬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앞에선 저널리즘을 말하고 뒤에선 장사하는 두 얼굴의 언론과 상부상조할 기업은 없다. 

대중들 역시 언론 전반에 대한 깊은 불신을 없애지 못하고 개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원한 숙제로 남은 언론 신뢰 높이기는 결국 언론 자신에게 달려있다. 누군가를 압박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임을 깨달아야 한다. 비정상적인 뒷거래를 노리기 이전에 정상적인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 신뢰받는 미디어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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