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원격의료 정책 변화 움직임 '솔솔'

조규봉 기자 승인 2020.06.01 11:00 의견 0
디자인=박준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뉴노멀’ 키워드로 떠오른 ‘원격의료’ 시장. 국내에서도 원격의료 관련 정책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1일 정부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한국판 디지털 뉴딜’을 공개했습니다. 그중에는 비대면 의료, 즉 원격의료를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감염병 안심 비대면 인프라 및 건강취약계층 디지털 돌봄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감염병 대비 호흡기 전담클리닉 1000개소 설치(∼2021년) ▲건강취약계층 13만 명 대상 생활습관 개선 등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제공(∼2022년) ▲경증 만성질환자 17만 명 대상 웨어러블 보급 등 ‘동네의원’ 중심 건강관리체계 고도화(∼2022년) ▲취약 어르신 등 12만 명 대상 IoT·AI 기반 통합돌봄 시범사업 추진(~2022년) 등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현재 그 논의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찬성 입장

사실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 도입은 20년 넘게 이어져온 해묵은 논란거리입니다.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인끼리 원격으로 의료 행위(협진 등)를 하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 행위는 불가능합니다. 원격의료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못한 이유입니다.

정부는 그 동안 법제화 무산과는 별개로 몇 차례의 원격의료 사업을 통해 유용성과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는데요. 일례로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등 6개 부처는 2015년 3월부터 148개 참여기관에서 5300명을 대상으로 합동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의료인 간의 협진, 도서벽지·군부대 등 의료취약지 원격의료, 동네의원 중심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 등을 실시했는데요. 당시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원격의료에 대해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됐으며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83~8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부터 정부가 의사와 환자 간 전화상담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이후 약 7주에 걸쳐 의료기관 3,072곳이 10만 3998회 원격진료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디자인=박준우 기자

의료 서비스의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도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우호적입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실시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도입 긍정 의견이 62.1%로 부정 의견 18.1% 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대면 진료가 도입되면 이를 활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72.2%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는데요. 특히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비대면 진료 활용 의향에 대해서는 무려 85.3%의 응답자가 ‘의향 있음’으로 답했습니다.

더불어 의료계에서는 처음으로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가 비대면 진료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병협은 전면적인 비대면 진료가 아닌 ▲초진 환자 대면진료 원칙 ▲적절한 대상 질환 선정 ▲급격한 환자 쏠림 현상 방지 ▲의료기관 종별 역할의 차별 금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을 전제로 찬성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원격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의료계의 반대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이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하면서 병협의 찬성 입장에 대해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측에서 제기했던 문제는 크게 3가지입니다. 먼저 ▲비대면으로 확인되는 수치만으로 의사의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합병증 및 부수 질환 등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 ▲원격의료를 위한 인프라 마련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국민 건강보험이 떠맡게 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 ▲원격의료가 지방 중소병원의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고 대형병원의 원격의료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입니다.

전경련의 대국민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도입에 부정적인 국민들 또한 그 이유로 오진 가능성이 높다(51.1%)는 점을 가장 많이 택했고, 그 다음으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에 따른 중소병원 도산 우려(23.6%)를 꼽았습니다.

■원격의료의 점진적 도입

정부에서도 전면적인 도입보다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와 함께 지난 5월말부터 강원도 같은 격오지에 거주하는 당뇨·고혈압 만성질환자 중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의료 관련 첫 실증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의료법 규제로 인해 민간에서 의사와 환자간 직접적인 비대면 의료 행위는 금지돼 있었으나,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입니다.

디자인=박준우 기자

이번 실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강원도 내 격오지에 거주하는 당뇨와 고혈압 재진환자 30명 내외를 우선 대상으로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모바일 헬스케어기기(당뇨, 혈압 측정 의료기기)를 제공하고, 환자들은 앱을 통해 매일 자신의 혈당과 혈압수치 정보를 담당의사에게 전달합니다. 의사들은 매일 축적되는 환자들의 의료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정부는 이와 같은 실증을 통해 의료정보 수집시스템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쌓여진 실증 결과를 비대면 의료 정책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경련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대면진료 도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만성질환자,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등을 시작으로 한 점진적 도입(46.7%)’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단계적 시범 사업이 착수됐지만, 여전히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은 뜨거운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논의의 장이 마련된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생산적인 협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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