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무현의 뻥카(?)가 그립다

마성기 객원기자 승인 2020.06.17 11:05 의견 0
마성기 객원기자(뉴스쿡 칼럼니스트)

세계가 점점 격랑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단순한 무역 분쟁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지만 미국의 중국에 대한 '예방전쟁(패권론에 입각한)'의 시작이다. 이는 이미 911테러 직후부터 치밀하게 기획된 미국의 장기적이고 주도면밀한 시나리오였다.

준비는 그렇게 오래전부터 해 왔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2018년 부터였다. 미국은 2018년을 대 전환의 시점으로 못 박고 있었다.

지금의 미국의 행동을 보면 최악의 경우 군사적 조치도 마다 않을 기세다. 그러나 미국도 전세계를 비극으로 이끌 군사적 행동은 최대한 자제할 거다. 구소련을 붕괴시켰던 그 방법을 쓸지도 모를 일이다.

레이건 행정부는 스타워즈 계획을 발표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소련의 경제상황 속에서 막대한 군사비 지출로 유도해 스스로 붕괴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15개 독립국가연합으로 찢어 놓은 것처럼 중국도 그러한 방법으로 찢어 놓으려는 계획임이 보인다. 지금 흘러가는 양상이 아주 비슷하고 점점 더 노골화하고 있다.

미행정부의 중국보고서가 신냉전을 알리는 선전포고였다면 중국의 홍콩보안법은 중국의 응전 결의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다시 미국은 홍콩에 대한 모든 특혜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했고,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또한 중국이 국제시장 또는 금융에서 달러의 집행을 봉쇄해 버릴 수도 있다고 까지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다. 중국을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미 두 국가는 피할 수 없는 대결로 들어갔다.

그렇다면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스스로 중립의 길을 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갖추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독일에 가서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마치고 돌아와서 한 말이 있다.

"우리 힘의 한계를 느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할 말은 아니다.

"우리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돌파구는 있을 것이다"라고 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문재인정부가 말하는 '전략적 모호성'은 분명 옳은 선택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갈팡질팡으로 비쳐지는 것은 왤까?

분명 어느 나라에게나 갖춰진 힘의 한계가 있고, 입지의 범위도 사실상 정해져 있다. 하지만 모든 게임에는 반전이라는 게 존재하고 의외의 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힘의 한계'를 스스로 말했다는 것은 전략적 모호성이란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고 이후의 행보도 참 애매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국민들에게 연출해 보였던 화려한 평화놀이와는 다르게 자주성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강자들의 양자택일 강요에 흔들리는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흐름에 따라서는 대한민국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서두를 것은 없다. 다만, 이러한 세계적 격랑 속에서 한반도 우물 안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가 그치기만 바란다.

이 사태가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면 끝날 것이라 생각하는 개구리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은 그들의 국익과 패권 앞에서는 하나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일관되고 치밀하게 진행되어 온 그들의 전략이기 때문에 설사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흐름은 바뀌지 않을 수 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는 비관도 희망고문도 할 필요가 없다. 시야를 반도 밖으로 돌리고 냉정하고 치밀해져야 한다. 노무현의 뻥카가 참 그립다.

*해당 글은 외부 필진 글로, 본지의 편지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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