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막 칼럼] 수박 성별

차주영 외부 필자 승인 2020.07.08 17:10 의견 0

수박의 계절 여름이 찾아왔다. 

수박은 수분 함량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으며, 과실의 크기가 커서 온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대표적인 여름과일이다. 

하지만 색이나 향기로 품질을 평가하는 대부분의 과일과 달리 수박은 그 형태적 특성으로 인해 품질을 평가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수박을 두드려 소리를 들어보거나 꼭지의 신선함으로 수박을 평가하곤 했었는데, 수박의 품질과 꼭지의 신선함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었고, 오히려 수박의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덜 익은 상태에서 꼭지를 T자로 잘라 수확하는 등의 불필요한 관행이 이어져 왔다. 

연구자들과 유통사들의 노력을 통해 최근엔 꼭지를 남기는 불필요한 관행이 근절되고 있지만(꼭지를 제거하면 한 번의 가위질만 필요하지만 T자로 남기려면 두 번의 가위질을 해야 하고, 적재시에도 주의해야 한다.), 요즘들어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 데 암수박을 골라야 한다는 괴상한 이론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 이론은 수박은 배꼽의 크기로 암수박과 숫수박으로 나뉘는데 배꼽이 큰 숫수박은 암수박보다 맛이 없기 때문에 암수박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과실에 성별이 있다니 이게 얼마나 헛소리 인가?

수박은 암꽃과 숫꽃이 한 그루에서 자라는 자웅동주 단성화 식물이다. 암술이 발달한 암꽃과 꽃가루를 내는 숫꽃이 따로 피기 때문에 수정을 제대로 성사 시키는 것이 수박 농사의 성패를 가른다. 

즉, 암꽃이 숫꽃의 꽃가루를 받게 되어 수정이 되면, 암꽃에서 수박 열매가 달리는 것이지, 열매가 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근데, 왜 암수박과 숫수박을 사람들이 나누게 된 것일까?

수박은 단성화 식물이라 정상적인 상태에선 암꽃과 숫꽃이 따로 피게 되지만, 토양 내 양분이 과다할 경우 암꽃과 숫꽃이 섞인 양성화가 피게 된다. 

양성화는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과실은 맺을 수 있지만 토양 내 양분이 과다한 상태라 열매가 급격하게 자라 터지기 쉽고, 꽃자리 부분이 커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즉, 재배기술의 정도에 따라 암꽃이 아닌 양성을 가진 양성화가 피게 되고 양성화에서 결실이 될 경우 품질이 좋지 않은 과실이 맺히게 되는데, 대표적인 양성화 결실 수박이 배꼽이 큰 수박이라는 것이다.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 데 배꼽이 작은 수박을 고르는 건 요령이 될 수 있지만, 배꼽의 크기를 가지고 암수박과 숫수박으로 나누어 부르는 건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또한 수확 후 품질관리를 통해 품질이 낮은 수박은 출하를 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수박은 일정 품질 이상은 모두 만족에 균일한 맛을 가져야 한다.

사진에서 처럼 암꽃과 숫꽃은 그 모양이 아주 다르다. 열매는 암꽃에만 달리지만 간혹 양성화에도 달린다.

전국의 농업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귀찮더라도 이런 비과학적 내용이 퍼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 

과거 수박을 연구했던 한 사람으로서 누가 이런 소릴 시작했는지 찾아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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