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외 업무 불가피”… 약사들 불안·포기 호소

조정미 기자 승인 2020.03.11 17:28 의견 0
사진=뉴스쿡DB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3일째 11일 오후 2시경. 발목을 다쳐 병원에 간 직장인 고인규(34)씨는 약 처방을 받으러 갔다가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 약국 앞 길게 늘어진 마스크 구매 줄에 껴 기다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 씨는 “다른 업무를 보기 위해 약국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게 불편했다”며 “대부분 약국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만큼 바쁘다고 들었다. 이해는 되지만 줄을 따로 세우는 등 운영 방식을 마련했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이 마스크 구매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라지만 약사와 소비자들의 곡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주부 정태연(50)씨도 약을 타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냐고 묻는 손님들로 응대하느라 약사가 약을 짓지 못한다고 말한 것이다. 

정씨는 “전화응대를 하고 있는 보조 직원에게까지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냐고 묻는 고객들이 많았다. 소리를 지르며 실랑이를 벌이는 어르신도 있었다”며 “약사들의 잘못이 아니다. 공지를 해줬음에도 난동을 피우는 일부 손님들로 인해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한번 더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 A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약국 문을 닫고 싶다고 호소했다. 밀린 업무에 신체적으로 힘이 들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 건강이 피폐해졌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A씨는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만 위로를 해줄 뿐이다”며 “마스크를 팔면 이익이 많이 생기는 줄 아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1개당 100원도 남지 않는다. 뉴스며 주변 소식이며 모두를 우울하게 만들어 더 속상하다. 진심으로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고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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