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 기준 돼버린 ‘코로나 마스크’

조정미 기자 승인 2020.03.18 12:02 의견 0
사진=뉴스쿡DB

안전을 위한 도구가 사람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전락했다.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손가락질을 받는다. 면 마스크를 사용하면 ‘거지’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붙는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지연(41·노원구 하계동)씨도 마찬가지다. 면 마스크를 꼈다는 이유로 같이 놀던 무리에서 제외됐다는 딸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김씨는 “면 마스크를 쓰면 바로 왕따 대상이 된다. 헛소문인줄 알았지만 실제로 당하니 속상하다”며 “국가 재난생황에 마스크로 거지 취급을 받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김씨 주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직장인 김효진(36·가명)씨는 “유치원이 바로 앞이라 면 마스크를 사용한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아들 가방에 KF80 마스크를 넣어준다”며 “비말만 막으면 되는데 마스크로 급을 나누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별걸 다 가지고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주호연(24·은평구 녹번동)씨 또한 면 마스크로 차별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따돌림가지는 아니지만 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마스크를 못 구했냐는 식으로 물어본다는 것이다. 주씨는 “오히려 부모들이 문제인 거 같다. 한 아이는 자기 엄마가 면 마스크를 쓴 친구 옆에는 가지 말라고 했다며 구석에 있었다”며 “힘든 시기에 상처받을 조카와 여러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프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공포를 넘어 사람 혐오로 번지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비난을 일삼으며 자신의 불안과 우려를 상대방에게 강제적으로 투영시킨다. 방패막 없이 공격을 입은 사람들은 우울에 빠지고 결국 ‘코로나 블루’를 일으키게 된다.

모두가 열심히 코로나19를 예방하고 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퍼붓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도 중요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과 '언젠가 끝난다'는 마음으로 슬기롭게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가는 태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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