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의 시선]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이기심이 느껴진거야

박혜빈 기자 승인 2020.04.07 14:27 의견 0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앞과 뒤, 안과 밖, 하늘과 땅, 검은색과 하얀색. 눈에 보이는 대부분은 양날의 모습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별반 다를 게 있을까. 차이는 없다. 오히려 더 포악하고 고통스러운 이면이 존재한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나의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사회적거리두기실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사회적거리두기 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은 해당 해시태그를 붙여 인증사진을 올렸다. 

7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900개 이상의 글이 올라와 있다. 벚꽃 구경, 공원이나 관광명소에서 논 사진, 돗자리를 깔고 배달 음식을 먹는 사진이 주를 이룬다. 해시태그 옆에 적힌 글은 더 놀랍다.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밖으로 나왔다”, “미안.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했어. 그래도 마스크는 했다”, “마스크 했으면 안전한 거지. 늦었지만 남은 봄 즐긴다” 등의 사족이 붙어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먼발치서 찍은 여의도 한강공원 사진과 함께 이런 말이 떠돌았다. “가까이서 찍으면 구도상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저마다 간격을 유지해 생각보다는 안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지만 지금은 외출 자제가 필요한 시기다. 2주면 끝났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2주가 더 연장됐다. 2m 간격을 유지하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최선의 예방책이지, 최고의 안전 대책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마스크하고 거리만 좀 떨어지면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돗자리와 도시락을 들고 길거리고 나가고 있다.

너도나도 꽃구경을 하며 바람을 맞이할 때 병원에선 덧난 상처에 약을 발라가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강공원에서는 사람들이 많아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면, 병원은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 하루에 한번 갈까 말까 하는 상황이다. 

한 대학교 에타 게시판에 올라온 한 학생의 글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간호사인 엄마를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부탁이야. 제발 밖에 나가지 좀 마”로 시작하고 “나도 우리 엄마 보고 싶단 말이야”로 마무리한 글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반성을 안겨줬다.

학생은 “매일같이 온 몸에 흰색 방호복을 입고 꽉 조인 마스크 때문에 이마와 광대는 상처투성이다. 퇴근한 엄마와 나눈 대화라곤 안부 인사뿐이다. 힘든 와중에도 딸 목소리 들으면 힘이 난다고 말한다. 잠시 앉아 숨 돌릴 시간도 없다. 밖엔 봄이 오고 꽃이 폈지만 병원은 아직도 전쟁터다. 벚꽃 구경하고 카페에 가 인증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엄마는 데일밴드가 붙여진 손 사진을 보내온다. 집에 가만히 있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나가서 돌아다닐수록 의료진들과 직원들은 죽어나가고 있다. 제발 부탁이니 집에 있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가끔 인터넷에 우스갯소리로 “1000만원 줄 테니, 한 달 동안 방에서만 생활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냐”는 질문들이 올라온다. 식은 죽 먹기라고 답하던 사람들은 정작 2주도 참지 못하고 외출을 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진이 갖은 노력을 하는데도 개선이 더딘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시민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설마 여름까지 가겠어?”라고 말하지만 이대로라면 여름 문턱까지 다다를 수 있다. 느슨해진 틈을 타 감염 위험은 얼마든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시 반복된 2주다. 벚곷을 보지 못하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의료진을 부모로 둔 아이들은 언제 다시 얼굴을 마주할지 기약 없는 시간을 마주해야 한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답답할 수 있다. 바로 앞에서 막은 코와 입보단 덜 답답할 것이다. 이래도 “#사회적거리두기실패” 해시태그를 붙이며 투덜거리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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