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남도의 흥타령

조규봉 기자 승인 2020.02.07 15:22 의견 0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역병이 창궐한 탓에 사회 전체가 뒤숭숭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정이 많이 취소되어 쉬게 되어 내 몸에는 되레 다행스럽기만 하다. 작년 연말에 토사곽란을 시작으로 지난 한 달여 동안 기침, 근육통, 발열, 코 막힘 등 감기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코스’별로 다 겪어내느라 몸이 많이 지쳐 있어서...

내 기억으론 노무현 정부 때는 사스가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땐 신종플루가 있었고, 박근혜 정부 땐 메르스가 있었지만 지금하곤 사회분위기가 달랐던 듯. 신종플루나 메르스 때는 인명 피해도 상당했는데 자칭 보수 언론도 방역에만 집중하자며 괴담 유포를 막으려 했던 기억...

지금은 그런 매체들이 더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확진 환자는 늘고 있지만 사망자는 없는데도 어찌나 공포스런 보도를 하고 있는지... 이러다간 사회와 세계 전체가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공포 때문에 지레 자빠져 죽게 생겼다!

그간의 역사를 보면 역병이 시대를 바꾼 게 많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의 인종 차별 같은 혐오를 조장해선 안 된다. 역사에서도 그걸 배워야 할 듯. 페스트 유행 땐 유대인이 희생양이 되었고, 관동 대지진 땐 재일조선인이 희생양이 되었지 않은가. 대한민국에선 중국인, 서양에선 동양인 모두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라니 이게 뭔가? 이제는 전라도 사람과 조선족은 치료 말라는 혐오 댓글까지 퍼지고 있단다. 다시, 이게 뭔가?

기자라는 어떤 사람들은 격리 수용되어 있는 우한 교민들의 사생활 침해 사진을 찍어 보도하지 않나, 자한당은 역병을 정쟁으로 끌고 가지 않나...

이쯤에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기자가 확진 환자여서 어느 병원에 격리 수용 되어 치료를 받는 과정(자신의 투병 일지)을 날마다 적어 보도하면 자기들 말로 ‘대박’이 날 듯하다는.

뒤숭숭한 게 코로나바이러스만은 아니다. 자한당은 진즉 포기하여 눈길도 주지 않지만 문 정부 사람들도 자꾸만 실망감을 안긴다. 그럼에도 문 정부가 성공해야 하는데 자꾸만 ‘똥볼’을 차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쯧쯧. 집권 초기에, 촛불 동력이 있을 때 전교조, 김용희,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등의 문제를 다 해결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더니, 갈수록 꼬인다.

남도의 흥타령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한 일자 마음 심 자로 
 혈서를 썼더니만
 일심(一心)은 어데 가고 
 이제 와서 변했으니
 가을 단풍이 되었네 그려
 아이고 대고 어허 흥~ 성화가 났네 헤~

흥이 나서 흥타령이 아니라, 후렴구에 ‘흥’이 들어가서 흥타령이라 불리는 남도 흥타령. 사실 남도 흥타령은 무지 슬픈 노랫말과 가락을 지니고 있다. 

하여간 
문 정부의 一心은 어데 갔는가? 
여러 가지로

아이고 대고 어허 흥~ 성화가 났네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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